[게임고찰 G] 리프 인 부트스트랩 - 비주얼 노벨 게임의 딜레마에 대해
2023년 6월 22일.리프 인 부트스트랩 (Leap in Bootstrap)이 정식 출시 되었다.해당 게임과 관련된 주요 키워드는 '비주얼 노벨 / 시간 여행' 이 달의 Stove 리뷰 게임은 이 작품이 되었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풍의 일러스트- 몰입도 있는 스토리- 이 둘을 받쳐주는 음악 다른 요소는 크게 신경쓸 일이 없는 만큼, 이 3 요소가 뛰어난 영역의 장르가 비주얼 노벨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개발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다 액션과 연출을 강조하는 작품들이 인기를 끌게 되었지만, 그렇기에... 기술 영향이 거의 없었던 비주얼 노벨은 학창 시절의 내가 주로 즐겼던 게임 Top 1이 되었다. 수많은 게임이 범람하고 있는 시대에서 입문할 계기가 좀처럼 붙기 어려울 뿐이지, 한번 계기가 생기기만 하면 일정 이상의 몰입도와 재미를 보장하기 쉬운 장르였던 것이다.이번에 다룰 '리프 인 부트스트랩'도 Stove 리뷰 요청이라는 계기가 큰 역할을 했다. Stove로부터 리뷰 요청을 받을 때, 처음으로 이 게임의 존재를 알았고 -> 그렇게 입문한 이 게임은 진행도 100%를 채우고 싶을 만큼 몰입감 있는 스토리를 제공했다. 라곤 말했는데... 본문은 여기부터다.나는 입문한지 15분 밖에 지나지 않은 단계에서 한 차례 이 게임을 종료시킨 적이 있었다. 그 후, 다른 게임 하느냐 / 콘텐츠 정리하느냐 시간을 끌다 다시 게임을 실행시키기까지 3일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 뒤부터는 배고프거나 졸린 상황이 오지 않고선 한치의 끊김 없이 즐기긴 했으나, 중간 중간 몰입도가 끊길 정도의 기분을 느낀 경험도 몇 차례 있었다.만약, 내가 Stove 리뷰 요청이라는 확실한 계기가 아닌, 다른 이유로 가볍게 이 게임을 구매해 실행시켰다면.. 한 번 몰입이 끊겼었던 게임에 다시 복귀할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입문한지 15분에 몰입도가 끊겼더라.. 이 작품에 모종의 빈틈이 있었던 것일까?프롤로그가 없는 게임게임 중반 쯤 진행하다보면, 주인공이 말하는 대사 중에 이런 것이 있다."루프를 시작하면, 나는 항상 도중에 정신을 차렸어.""무언가 처음부터 시작한 적이 없었고, 모든 일은 중간에 시작됐지."이 작품은 게임 입문 단계에서 이미 '시간 여행에 휘말려 있는 주인공'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프롤로그라 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 없다. 작품 초반의 주인공은 자신이 무슨 상황에 놓여있는지 눈치채지 못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나중에 시간 여행의 존재를 알고, 직접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지만...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몰입도가 떨어질만한 요소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순차적으로 언급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나는 어디의 누구고,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은 어떻고 등의 기본적인 세계관 설명이 없다.-> 작품의 주요 등장 인물은 3명 밖에 없으며, 엑스트라도 없다. (아주 없는것은 아니나, 등장 시기가 후반이다.)-> 그런 상황에서 타임머신을 개발하는 일상 이야기가 장시간(90분 가량)지속된다.물론, 작품 극초반에 모종의 상황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다른 게임에 입문할 때도 그렇듯, 처음에는 게임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집중하는 정도가 높다. 조작법이 뭐고, 세계관은 어떻게 되고, 지금 나는 무엇을 하면 되는가 등등... "언젠가 사건은 일어나겠지, 하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모른다" 정도로 치부하고, 현재에 집중하기 쉬운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리프 인 부트스트랩'의 초반 진행은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진행이겠다란 생각이 들었다.유저가 세계관 / 등장인물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기들끼리 60분 넘게 일상 이야기로 떠들고 있었으니 말이다.물론, 게임의 엔딩을 다 본 지금은.. 이 게임의 테마가 '엉켜버린 세이브 파일' 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걸로 여러 상황에 대한 개연성을 지키는데 성공했고, 복선을 만들기도 편했다. 기승전결의 승(承)까지만 도달하면 이야기의 전개가 빨라지기 시작하고, 캐릭터간 감정선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起)는 그렇지 않았다. 상황을 파악하기엔 충분한 정보가 모이지 않은 상태였고, 이야기의 전개는 느렸다. 시간 여행을 시작한 것도 아니니 스킵할 수 있는 내용도 없었다. 그렇다면, 초반에도 다채로운 자극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지만, 등장 인물은 단 3명에 엑스트라도 없었기에, 내용은 전반적으로 일상에 로맨스를 약간 더한 느낌 이상의 것은 없었다.뭐... 주변 유저들에게 "이 게임, 초반엔 조금 참으면서 하세요." 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의 불편함이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는건 아니다. 그저 작품이 가진 몰입의 밸런스를 봤을 때 기(起)가 제일 약세라는 인상이 있는 정도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유저 이탈이 발생하기 가장 높은 구간은 입문 직후 10~60분 사이가 아닐까란 추측을 하게 되었다.배드 엔딩게임세계에서 '패배하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말이 있듯이, 스토리 게임 역시 '배드 엔딩' 을 보고 싶어 보는 경우는 찾기 드물다. 대게는 해피 엔딩을 원할 것이고, 그럴 가능성이 보이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사회 통념적으로 보았을때, 상황에 올바르거나 혹은 도덕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선호하는 유저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그런 선택을 했을 때 해피 엔딩을 볼 수 있게끔 디자인한 비주얼 노벨 게임의 숫자가 제법 있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선택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 배드 엔딩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저항감을 가지는 사례가 더러 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을 망가뜨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별로 문제가 없어 보였던 선택지 하나로 주인공이 갑자기 이상해지기 시작하면 부조리함을 느끼게 되듯이)이 경우, 유저가 의도한 전개가 아니므로 진행을 끝까지 보지도 않고 '세이브 / 로드' 를 활용하여 분기 선택 이전으로 돌아가는 유저도 쉽게 찾을 수 있다.그런데, '리프 인 부트스트랩'은 세계관의 이해를 돕기 위해 + 시간 여행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 플레이어 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도록 강제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게다가, 이 게임의 베드 엔딩은 다른 비주얼 노벨 게임의 베드 엔딩보다 그 길이가 훨씬 길게 구성되어 있다. 좋게 말하면 개발자가 스토리 선택 분기 하나하나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할 수 있겠지. 그렇기에 이 게임은 입문 전의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잔혹한 이야기가 많았다. 대게의 게임에서 잔혹한 분기, 베드 엔딩은 '피하면 된다' 라는 선택지가 존재하기에 경험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가능한 많은 정보와 진실을 알고 있어야, 앞으로 향할 수 있는 걸음이 되었다. 대놓고 세이브 / 로드를 장려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끝까지 보면서 '다음 분기'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이 부분이 정말 유저 취향 / 호불호나, 게임 하다말고 'Alt + F4' 를 누르고 싶게 만드는 요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최종적으로 내가 느낀 바를 기록하자면, 이 게임의 스토리에 대해 나는 '만족했다' 라고 생각한다. Stove 인디에서 판매 중인 가격 7,500원을 감안했을 때, 더 높게 가격을 측정해서 팔아도 괜찮았겠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뭐.. 별도로 메모로 적어두고 싶을 정도의..(내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될 것 같은) 강렬하게 내 마음을 후벼파는 멘트가 게임 내에는 없었다고 생각된다만 ^^; 게임 전반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그런 서술적인 이야기 몰입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 여부를 따지자면,비주얼 노벨 게임을 거의 안해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게임은 아니다. 가볍게 추천하기에는, 이 작품이 일반적인 비주얼 노벨 게임에서 일탈한 모습이 많이 보였다. 스토리 관련 게임을 충분히 접해보고, 그에 따라 답답한 전개나 어두침침한 이야기(고구마 먹는)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분들이라면 재밌게 접할 수 있는 게임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 게임이었다.여기까지..!
게임유저유형권 2023.06.29 20:37(UTC+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