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찔이도 도전할 수 있는 맛있는 매운맛! 그런데 금방 물리긴 한다. - 블랙 아카데미 플레이 후기
바쁘신 분들을 위한 한줄 요약!"굳이 슈팅 게임에 관심이 없어도,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면 플레이 할 가치가 있는 모에 게임!"블랙 아카데미는 예전부터 눈여겨 보던 게임이었습니다. 슈팅게임으로써가 아니라 이 게임 특유의 풍자적인 배경 스토리와 더불어 너무나 귀여운 캐릭터들로 인해서 말이죠. 그리고 플레이 해본 결과,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참 재밌는 배경과 유난히 귀여운 캐릭터들이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캐릭터가 귀여우시면 바로 입문하세요!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겁니다. 슈팅 게임이라 겁 먹으실 필요도 없구요!■ 참신하고 풍자적인 세계관잔업과 야근으로 얼룩진 블랙 기업이 지배하는 세계. 그리고 악마들이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의심스러운 학교까지 설립한다는 약간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정말 한결같이 가볍고 풍자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후속작인 '블랙 하트(비주얼 노벨)'에서도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만들고 있어 보여서, 이쪽도 여전히 풍자적이지만 절대 무거워지지 않는 밸런스를 참 잘 잡고 있습니다. 세계관 확장까지 참 마음에 드는군요!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주제를, 풍자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유쾌하게 게임 전체에 잘 녹여놨습니다.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서양의 판타지의 고어하기까지한 딥 다크한 것 보다는, 차라리 유치해도 좋으니 이런 식의 유쾌한 풍자가 너무 좋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만든 세계관이 그저 배경 설정으로만 남는게 아니고, 게임 속에서도 이런 저런 요소로 잘 섞여들어가 있는 점도 상당히 호평하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맵찔이도 도전할 수 있는 매운맛블랙 아카데미는 스샷만 보면 절대 매운맛이 아닙니다. 몹들이 움직일 방향도 안보이는 탄막을 뿌리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탄속이 반응하기에 너무 빠른 것도 아닙니다. 몹들이 괴랄한 패턴으로 몰려나온다거나, 대량으로 몰려나오지도 않고, 이런 저런 다양한 탄환이 섞이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매운 맛 일까요?블랙 아카데미는 다른 슈팅 게임에서는 엔딩까지 고정적인 "속도"라는 스텟을 건드렸습니다.아무리 탄막 슈팅이라고 해도, 플레이를 하면서 기체의 이동 속도가 손에 익게 됩니다. 그러면, 기체를 보는 게 아닌 탄막이 날아오는 경로와 안전하게 통과할 길에 집중할 수 있게 되죠. 하지만 블랙 아카데미는 속도가 유동적입니다. 감으로는 정확하게 피했는데 덜 이동해서 맞거나, 반대로 감으로는 정확이 이동하고 손을 때었는데, 오히려 더 이동해서 다른 탄막에 부딧히는 장면이 나오고 맙니다. 그래서 안전한 길을 보는게 아닌, 계속해서 기체를 봐야 합니다.이건 몹들의 탄 회피까지는 약간만 신경 쓰면 적당히 넘길 수 있지만, 보스의 다양한 패턴과 만나면 패턴을 봐야 하는 순간 "기체의 회피"에만 집중해서 패턴에 말리는 경우가 계속 생기게 됩니다. 뭐 부딧히며 패턴에 익숙해지는 수 밖에요.블랙 난이도까지 가면 적들의 탄속도 상당히 빨라져 쫄깃한 맛은 납니다블랙 난이도의 경우 상당히 쫄깃한 맛이 날 정도로 탄속이 빨라지는데, 여전히 수시로 변할 수 있는 이속 탓에, 적이 아닌 자신의 이동에 집중을 하게 됩니다. 탄의 이동을 보고 다음 경로를 미리 짜야 하는데, 그냥 모든 것에 순발력으로 반응해야 합니다. 숙달이 아닌 피지컬을 매우 타는 이런 방식이니 아주 매울 수 밖에요. 그래도 블랙 아카데미를 마음편히 즐기는 데에는 "쉬움"까지만 즐겨도 게임의 핵심 콘텐츠는 충분히 즐길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비행 슈팅의 매운맛이 걱정되는 누구라도 큰 문제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 었으니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접고 입문하시면 됩니다. 물론 어렵고 쫄깃한 맛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아쉬움이 없을 블랙 난이도도 준비되어 있으니, 분량 걱정은 접어 두세요!■ 로그 라이트? 제가 볼 때는 가챠 게임Pain of ring 이라는 게임이 떠오릅니다. 이 게임 또한 로그라이트를 표방하고 있지만, 모든 리뷰가 한결같이 "오로지 운빨 게임"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아이템이 나오면 초반이라고 해도 후딱 클리어까지 갈 수 있지만, 운이 없다면 아무리 게임 내공이 쌓이더라도 클리어가 불가능한 게임입니다.태그에도 당당히 '로그 라이트'라고 적혀 있지만, 리뷰에서는 한결같이 입 모아 '운빨'게임이라 불리는 Ring of Pain.블랙 아카데미에서는 이것과 굉장히 유사한 향기가 납니다.초반에 좋은 샷, 예를 들면 노란색 전설 등급 샷을 먹으면, 그걸로 엔딩까지 그대로 깰 수 있습니다. 반면 좋은 슈팅이 나오지 않으면 계속해서 고통 받습니다. 로그 라이크 게임들이 플레이를 통해 덱이나 빌드를 만드는 것과 비교해서, 블랙 아카데미는 좋은 거 나올 때 까지 가챠. 이후에는 경험치로 공격력만 뻥튀기를 반복하는 단순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 1번 스테이지에서 전설 샷이? 그럼 엔딩까지 바꾸는 일 없이 이 샷만 주구장창 들고 있을 겁니다.이 부분은 아래 말하는 게임이 물리는 것과 더불어, 어떠한 형태로든 개선이 된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예를 들면 오로지 한 종류의 샷만 착용하는게 아니라 3~4종의 샷을 착용할 수 있게 하고, 같은 등급의 탄 끼리는 합성해서 강화(별을 얻는 것 처럼)하는 식으로 '빌드'를 꾸릴 수 있게 하는 식으로 말이죠. 낮은 등급 아이템들도 효용성에 따라서는 계속 사용될 수도 있고, 비슷한 동작 방식을 가진 아이템들을 잘 모아서 시너지를 폭발 시킬 수도 있겠죠. 미사일과 유도탄 산탄 세 종류의 효과가 합쳐져서, 사방에 뿌리는 유도 미사일 폭탄들이라든가... 물론 이렇게 하면 안그래도 쉬운 난이도가 더 내려갈게 뻔합니다만, 이에 맞춰 적들의 채력도 조절해 주면...일게 플레이어 주제에 과한 훈수 같네요. 개발자 분들의 의도를 제가 이해하지 못한 걸 수도 있지만, 현재로써는 로그 라이트 보다는 그냥 운빨 가챠 게임 같다는 생각이 짙습니다.아무리 어려운 난도도 전설샷 하나만 있으면, 거의 클리어 확정. 반면 아무리 쉬운 난도도 구린 샷으로는 고행의 길입니다.무게라는건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가장 무거운 조류인 타조 (성체 평균 140kg)옆에 선다면, 우리도 "새보다 가볍다" 말 할 수 있는 것 처럼 말이죠. 그러니 이건 제가 생각한 로그 라이트의 라이트와 다르다는 거지, 이건 로그라이트가 아니다! 라는건 절대 아닙니다. 가볍다의 기준은 다들 다르니까요. 그러니 이게 개발자분들이 생각하는 가벼움에 대한 답변일 수도 있습니다.■ 얼마 안한 것 같은데, 물리는 건 왜일까?우선은 바로 위의 가챠와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좋은 샷이 초반에 나오면, 엔딩 볼 때까지 그것만 계속 들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템을 먹은 이후부터는 게임에서 뭔가 흥미있거나 극적인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다는 점이 일단 금방 물리게 만드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그나마 별을 먹어서 파워업을 할 수 있지만 오직 3단계 뿐 - 2번 스테이지에서 완성되는 경우가 허다해서,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뭔가 변화를 느끼긴 힘듭니다.두번째는 몹은 분명 다양한데, 다른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점 입니다. 돌격 패턴이 있는 몹을 제외하면 모든 몹이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과 등장 패턴이 고정적인 것. 그리고 조합이 한정적인 것. 이것들이 겹쳐서, 분명 다른 몹 조합, 다른 슈팅 패턴임에도 같은 것 처럼 느껴집니다. 같은 맛을 계속 보여주면 질리기 마련이죠.맵 방식이라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방식을 추구한 것은 좋았지만...이건 맵 구조라는 형식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결과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랜덤성이 더해진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치 확률적으로 마지막에 열쇠나 와플을 들고 나오는 녀석들처럼, 보너스 아이템을 들고 나오는 빠른 비공격형 유닛이나, 갑작스럽게 난입하는 몹, 몹은 아닌 파괴 가능한 오브젝트(학교라면 의자나 책상, 공장에서는 위에 걸린 CCTV 같은 것들 말이죠.), 시간 제한의 버프들이나 동반자들 이런 것들이 있었으면 조금 더 지루함이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상당히 긴 호흡의 한판한판들. 어려움을 클리어 했을 때의 플레이 타임은 거의 1시간에 달했습니다. 깜박 스샷을 놓쳤는데, 보통 난이도도 49분 클리어 타임 스샷을 찍은게 있네요. 로그라이트 임에도 전혀 가볍지 않은 1판의 플탐은 조금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난이도를 낮추거나 꼼수로 쓸 수도 있겠지만 혹시 중간 세이브 같은 걸 도입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한판에... 49분. 조금 진이 빠집니다. 스샷을 잊었지만, Hard 처음 깼을 때는 1시간이 넘는 플탐이 찍혀 있었네요.■ 마치며...왠지 불만만 많이 이야기 한 것 같지만, 이 게임은 충분히 귀엽고, 충분히 재밌습니다. 슈팅의 완성도는 높게 평가하기에는 부족하고, 로그 라이트의 기대치도 제가 기대한 것과는 다릅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슈팅 게임으로써 만들어져 있고 (텐가이 느낌), 로그 라이트로써의 스테이지형 슈팅 게임으로써 도전적인 시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한껏 힘줘서 연출한 보스는 일반 스테이지와 확실하게 차별적인 재미를 보장합니다. 난이도에 따라서 보스의 페이즈가 추가되는데, 어려움에서 만나게 되는 3페는 상당히 도전적이며, 처음 보는 패턴에 당황해서 몇번의 시도를 더 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보스가 더 많이 추가되어서 보스 러시 같은 것도 하고 싶네요!개발사의 꾸준한 사후 관리도 많은 가산점을 주고 싶은 요소 입니다!최근에 추가된 크런치 모드나 캐릭터 교체할 때 차지샷이 발동되는 패치도 해 주셨습니다. 개발사에서도 게임에 대한 애착과 어떻게든 계속해서 발전 시키려는 노력이 게임 전반에 매우 잘 녹아 있어, 게임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다른 슈팅게임과는 다른 얼큰함과 반복에 따른 일찍 찾아오는 지루함이 아쉬움입니다.그리고 여기서 귀여움이면 모든게 용서 되는 걸까? 라고 묻는다면, 아마 맞는 것 같습니다. 화를 내면서도 결국 어려움까지 클리어 하면서 모든 CG 회수까지 완료한 걸 보면요. 하지만 블랙 난이도는 제가 건드릴 영역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이 맵네요 ㅋㅋㅋㅋ얼큰한 매운맛도, 귀여우면 용서가 됩니다! 귀여우면 도전을 하게 됩니다! 귀여우면 플레이를 하게 되요!이 좋은 기억 덕분에, 후속작이자 스핀오프 작품인 '블랙 하트'도 이미 찜목록에 들어와 있습니다. 여러 의미로 좋은 게임을 만들어 주신 개발사와, 이런 게임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다양한 행사를 해 주신 스토브 인디.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그리고 평가에 감점을 하고 싶은 요소가 하나 있는데... 혹시 엔딩 이거 맞나요?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ㅠㅠ 히든 엔딩 따로 있다고 제발 말씀해 주세요! 아니면 나중에 추가할 예정이라고라도 말씀해 주세요, 제발!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스토브 인디와 함께, 즐거운 주말 되세요!
촉촉한감자칩 2023.10.22 13:07(UTC+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