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블로그] 러브 인 로그인 설정에 관하여
BGM을 들으면서 글을 읽어주세요.이 글에는 러브 인 로그인에 대한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안녕하세요. 러브인 로그인 개발자입니다. 개인 블로그에 남긴 글을 스토브인디 커뮤니티에도 남깁니다. 따라서 글이 친절하지 않고, 반말로 진행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https://blog.naver.com/onfiregames/222964241437유저분들의 반응을 보니 우리가 게임을 개발하며 다소 불친절하게 설명한 것들이 있는 듯하다. 러브 인 로그인을 개발하며 넣었던 설정들을 몇 개 얘기 해보려 한다. [배경 및 원작과 다른 점]우선 훌륭한 작품을 집필하신 원작자분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사실상 의뢰를 받아 개발을 진행한 이번 '러브 인 로그인' 프로젝트는 게임을 대충 만들어 납품만 해도 상당량의 개발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원작을 단순 비주얼화 시키는 것이 우리에게는 훨씬 더 쉬운 개발 방법이었다. 또한, 실패할 경우의 리스크 측면에서도 우리가 게임을 잘 만들지 못한 것이 아니라 원작의 흐름을 따라갔을 뿐이라며 변명하기에도 매우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원작의 설정을 모두 살리게 될 경우, 미연시 특유의 내러티브를 만들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웹소설의 작법과 미연시의 작법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이미 스크립트 작성이 많이 된 상태에서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다. 결국 거의 4달을 고민한 시나리오를 엎었다.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몇 가지 설정만 남기기로 했다. - 성현과 다혜의 동거 - 다혜와 그림 - 다혜의 과거 - '내가 가장 잘한 게, 내가 떠난 거 였다'는 다혜의 말 - 빌리언 사가에서의 만남 - 등장 인물들의 이름[카툰 연출]카툰은 가능하면 게임에서 겪었던 일들이, 현실에서의 에피소드와 엮일 수 있도록 구상했다. 성현과의 첫 만남에서, 성현은 다혜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성현이 다혜를 만난 날, 집을 잃은 다혜를 구해준 것과 같다. 성현이 다혜에게 준 첫 번째 선물은, 다혜에게 큰 도움은 안 되었지만 마음은 고마웠고,이는 성현이 다혜의 집을 치워줄 때, 치약 미싱질이 큰 도움이 안 된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내가 가장 마음에 들면서도, 또 설명이 부족했다고 느끼는 장면도 있다.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수학여행비가 굉장히 비싸서 수학여행을 못 가는 친구가 있었다. 사실 우리 집도 이러한 비용이 다 큰 부담이었으리라, 결국 친구와 일본 수학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자신이 또 민폐 덩어리가 될 것 같아 일본에 가지 못했고... 그러나 말을 하지 않아도, 왠지 달라진 김폭딸을 달래 주고또 게임에서 함께 여행을 떠나주는 성현을 그리고 싶었다.이 컷은 일본 스튜디오 여행과 엮어서 다혜의 상처를 자연스럽게 조금은 보듬어주면서도,게임에서 있을 법한 에피소드를 엮어 보았다. 모든 카툰 컷들을 100% 의도하여 그리진 못 했지만... 가능하면 다혜의 심리, 또는 사건과 엮기 위해 노력했다. [김폭딸과 다혜]처음에는 그저 8년간 같이 게임한 게임 친구 '김폭딸'이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 점차 서로가 익숙해지며 게임 친구가 아닌 현실의 '박다혜'가 되어간다. 이는 게임 중 성현이 부르는 다혜의 호칭이나, 각 에피소드 끝의 심리 묘사를 통해 표현했다. 마지막 엔딩 분기점에서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이미 현실의 권성현에게 깊게 남은 '다혜'를 간절하게 찾을 것인지, 오랫동안 보지 않아도 괜찮겠지 생각하고 넘길 수 있는 '게임 친구 김폭딸'로 남길 것인지. 이러한 장치는 원석의 말을 통해 설명하기도 하며, 고백씬을 통해 얘기하기도 한다.'게임 친구 김폭딸'이 아니라 '내 여자 친구 박다혜' 하자고. 나는 게임에서 알게 된 사람들을 현실에서 보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거의 수백 명 단위)대부분은 나를 게임상 아이디로 불렀지만, 그중에 아직도 막역한 사이로 지내거나, 연인이 된 경우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 현실 이름을 불러 주었다. 그때의 내 기분은 상당히 묘했다. 이들에게는 내가 더 이상 게임의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의 '나'로 인지되는구나. 싶어서. 그 뜻은 곧,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함께 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필요하지 않고, 바라는 것이 없어도 함께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트루엔딩의 의미]원작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파트는,다혜가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것 중에 가장 잘한 것이 자신이 떠난 것"이라 생각하는 파트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것을 극복하고 대하는 방식은 다를지라도) 나의 힘들고 부정적인 에너지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염되고, 그래서 결국 나와 함께 할 때는 늘 분위기가 우울하고... '나만 없으면 이들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나를 가엾게 생각하여 데려간 이모한테 내가 없었다면...? 짐짝과 같은 내가 없었다면 이모의 가족은 더 행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문밖에서 그들의 행복함을 확인한 순간, 결국 내가 떠나기를 가장 잘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와 함께 하던 친구도, '어떤 무리'에 속할지 선택을 해야 했다. 필요에 의해 함께 하던 게임 친구도, 현실의 나로 인해 점점 힘겨워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다혜가 겪은 모든 일들은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불행해 하고 힘들어했을 뿐... 내가 가장 잘한 게,내가 먼저 떠난 것이었다.그러나, 다혜는... 아마도 그 누구보다 더 간절하게 원했을 것이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기를,그리고 그 문안에는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나를 반갑게 맞아 주고,나로 인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아마도,간절하게 원했을 것이다. 그래서누군가 먼저내 손을 잡아 주길...그리고 저 문을 열어 주길 간절하게 바랬나 보다. -------------------------------------------------------------집 안의 장면에는 다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담았다. 성현, 주희, 이모, 사촌 언니, 그리고 친구. 작중 표현된 친구는 11살 초등학생 정도겠으나, 그보다 수학여행 에피소드를 더 살리고 싶었다. (이후 후술)[새드 엔딩] 성현에게 다혜가 간절하지 않은 경우를 생각했다. 결국, 성현의 현실을 흔들 정도로 다혜가 소중하지는 않았고, 게임 친구 김폭딸이었다면... 대충 현실과 타협하며 하루하루 살아 간다. 성현 덕분에 내러티브 게임즈는 굴러는 가지만 김폭딸이 없는 빌리언 사가에 성현도 점차 흥미를 잃어가고, 결국 시간이 지나 빌리언 사가라는 배가 완전히 가라앉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반대로 트루 엔딩에서는, 성현이 떠남으로 인해 게임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PD가 깨닫게 되는 것)다혜는 결국, 이번에도 또 먼저 문을 열지 못하고 문밖에서 서성인다. 잠깐이나마,스쳐지나 볼 수 있기를 바라며,자신이 떠나지 않았다면,행복했을, 가족이 된 그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결국, 다혜를 사랑하던 사람들에게다혜가 어떤 의미인지확인하지 못했지만... 다혜는마지막까지도,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트루 엔딩과 새드 엔딩]결국 오게 될 미래인데,유저의 선택에 따라 다혜가 달라지기를 원했다. 일부러 같은 컷을 수정해서 사용했다. 같은 구도에서 미묘하게 다른 감정이 느껴지도록 연출했다.둘 다, 슬픈 눈과, 조금은 행복한 입 모양을 하고 있다. 각 컷에서 담고 있는...슬픈 눈의 의미와 행복한 입의 의미는 각 컷마다 모두 다르지만, 굳이 설명하진 않겠다. [마치며]대단한 작품을 만드려고 한 것은 아니기에, 모든 장면과 모든 장치에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너무 친절하면 오그라들까 봐 이렇게 숨겨둔 것들이 있는데말 그대로 대단한 작품이 아니기에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은 듯하다. 2회차를 플레이하여 주신 분들이라면 아마 조금은 더 알아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그리고 게임을 재밌게 즐겨주시고 이 공간까지 찾아와주시는 분들이라면이 정도 정보가 더 있다면 러브 인 로그인이 기억에 더 재밌게 남으시지 않을까 하여 글을 남긴다. 개발 포스트모템은 다음에.
OnfireGames 2022.12.24 11:21(UTC+9)